회랑의 메아리 속에서 교황의 자리는 비어 있습니다. 소와 덩굴이 새겨진 금박 의자는 손대지 않은 채 서 있습니다. 여기서 향은 오르나 어떤 목소리도 그것을 만나지 않습니다. 의례의 리듬만 견디고, 속이 비어 되풀이됩니다. 뜻이 근원에서 멀리 떠난 창처럼 말입니다. 남는 것은 습관입니다. 종, 포석 위의 걸음, 독서대에 기댄 의식의 지팡이입니다. 손잡이는 수백 년의 손에 닳았으나 아침 빛 속에서는 차갑습니다.
행렬은 옛 마구간을 지납니다. 마구는 아직도 걸려 있고, 없는 기수의 무게가 빚은 안장이 나무 틀 위에서 기다립니다. 다른 철에는 말이 새벽에 발을 구르며 서 있었고, 입김이 수사의 기도와 엉켰습니다. 이제는 마구간이 가죽과 흙 냄새이고, 발밑의 흩어진 건초는 마르고 날카롭습니다. 사제의 제의는 한때 먼 땅의 실로 수놓였으나, 삼나무 궤 속에 잠겨 좀벌레는 막되 손대지 않습니다. 강가 마을의 무두질집은 통이 어둡고, 무두질 액과 껍질의 김으로 김이 오르며, 언제나처럼 일합니다. 그러나 무두질한 가죽을 사러 오는 이는 적습니다.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 건네진 일의 비밀은 몸짓과 하루의 순서 속에 살아 있습니다. 담그고, 짜고, 가죽을 매끈하게 긁습니다. 그러나 뜻은 바라고, 이야기는 매인 줄에서 끊깁니다.
옛 집의 부엌에서 나무 국자가 불 위의 콩 냄비를 젓고, 손잡이는 여러 해에 윤이 났습니다. 탁자의 긴 의자는 여러 세대가 앉은 자국이 나 있고, 겨울 저녁에 팔꿈치를 누르던 자리입니다. 밖에서 비가 밭을 진흙으로 바꾸고, 농부의 장화가 길에서 질척이며, 말과 쟁기의 기억을 나릅니다. 그러나 일은 이제 다릅니다. 손이 아니라 기계가 흙을 갑니다. 그래도 헛간은 낡은 마구와 고삐의 줄을 지니고, 수십 년의 쓰임으로 기름처럼 어둡습니다. 곳간의 사다리는 누군가가 끊어진 끈을 고치려고 앉던 자리가 매끈합니다.
옛 교역로, 발굽과 수레가 판 길은 벌거벗은 나무 아래 고요히 달리고, 간격마다 이정표가 있어 잡초 속에 반쯤 묻혀 있습니다. 위대한 서쪽 길은 한때 말린 대추야자와 절인 생선, 먼 수확의 전리품을 밀랍 바른 통에 담아 실은 대상을 날랐습니다. 이제는 해 질 녘에 무리를 집으로 이끄는 목자들이 주로 씁니다. 외투에는 그날의 먼지가 점점이 있습니다. 저녁에 화덕에서 불을 살리고, 누군가가 기름 먹인 장화를 꺼내 기름과 천으로 문질러 다시 부드러워지게 합니다.
언덕에서 바람이 이끼와 오래된 껍질의 향을 가져옵니다. 목자의 지팡이는 장작 창고에서 여러 해 뒤틀리고 굳은 가지로 만들었고, 무리를 모을 때 손에서 손으로 건네집니다. 먼 밭에서 비 뒤에 버섯이 납니다. 작은 둥근 것이 흙 속에 눌려, 야생의 수확과 찾아 먹은 음식의 일깨움입니다. 이 흙의 선물을 모으고 갈무리하고 저장하는 의례는 이어지나, 모을 때 부르던 옛 노래를 기억하는 이는 없습니다.
오늘은 당신이 낡은 가방의 끈에 기름을 치거나, 창가에 앉아 찢어진 장갑을 기우거나, 나무 의자 등을 밀랍으로 문질러 빛나게 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가 쓰던 같은 칼로 빵을 썰거나, 낡은 빗자루로 현관을 쓸 수 있습니다. 오래전에 배운 몸짓을 되풀이하는 일입니다. 의식은 벗겨졌으나, 이 작은 행위는 손으로 빚고 손으로 건넨 것의 인내를 지닙니다.
오늘의 행운의 색은 안장 갈색입니다.
Lucky Color: SaddleBrown — #8B4513당신의 손에 남은 것을 돌봄으로써 그날의 뜻이 돌아오게 하십시오.
속이 빈 의례조차 기억을 살려 둡니다.